
등산 용품점에 가면 살 것이 끝없이 많아 보인다. 그런데 동네 뒷산과 초급 코스에서 실제로 필요한 것은 몇 가지 안 된다. 처음부터 다 갖추면 돈도 들고, 무거워서 오히려 힘들다.
처음부터 필요한 것
신발이 첫 번째다. 평평한 운동화는 산길의 돌과 흙에서 미끄러지고 발목을 다치기 쉽다. 바닥에 홈이 깊고 발목을 감싸는 등산화 한 켤레면 초급 코스는 충분하다. 두 번째는 배낭이다. 이십 리터 정도면 물과 간식, 겉옷이 들어간다. 손에 뭘 들고 산에 오르면 균형이 무너진다.
세 번째는 물이다. 두 시간 코스라도 오백 밀리리터 이상, 더운 날은 일 리터를 가져간다. 산에는 매점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맞다. 마지막으로 얇은 바람막이다. 정상은 아래보다 오 도쯤 낮고 바람이 세다.
나중에 사도 되는 것
등산 스틱은 무릎이 아프거나 긴 코스를 갈 때 도움이 되지만 처음에는 없어도 된다. 기능성 등산복도 마찬가지다. 땀을 잘 마르게 하는 운동복이면 충분하고, 면 티셔츠만 피하면 된다. 아이젠과 스패츠는 겨울 산행을 시작할 때 사면 된다.
배낭에 늘 들어 있어야 하는 작은 것들
간식은 초콜릿이나 견과류처럼 부피가 작고 열량이 높은 것이 좋다. 반창고와 소독약, 비닐봉지 몇 장, 손수건, 그리고 여분의 마스크나 수건. 휴대폰은 산에서 신호가 약해 배터리가 빨리 닳으니 보조 배터리를 하나 넣는다.
신발 고르는 요령
등산화는 오후에, 두꺼운 양말을 신고 신어 본다. 발가락 앞에 손가락 하나 정도 여유가 있어야 내리막에서 발톱이 눌리지 않는다. 매장에서 경사판을 오르내려 보고 뒤꿈치가 들리지 않는지 확인한다.
배낭 꾸리는 순서
같은 짐이라도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무게가 다르게 느껴진다. 무거운 물건은 등에 가깝게, 배낭 중간 높이에 넣는다. 가벼운 옷가지는 아래쪽, 자주 꺼낼 물과 간식은 옆 주머니나 위쪽에 둔다. 무거운 것이 배낭 바깥쪽 아래에 있으면 몸이 뒤로 당겨져 훨씬 힘들다.
배낭을 멘 뒤에는 허리 벨트를 먼저 조인다. 배낭 무게의 상당 부분이 어깨가 아니라 골반으로 옮겨져 어깨와 목이 덜 아프다. 가슴 끈까지 채우면 오르내릴 때 배낭이 흔들리지 않는다.
장비를 한꺼번에 사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산행 스타일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짧은 코스를 자주 다니는 사람과 하루 종일 걷는 사람에게 필요한 배낭 크기가 다르고, 땀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의 옷도 다르다. 몇 번 다녀 보면 무엇이 불편했는지가 분명해지고, 그때 사면 다시 살 일이 없다.
장비는 산을 몇 번 다녀 보고 부족하다고 느낀 것부터 하나씩 채우면 된다. 앞 글에서 말한 짧은 코스라면 신발과 배낭만으로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