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등산, 산보다 먼저 정해야 하는 것은 하산 시간이다

첫 등산 계획 세우기

등산을 처음 계획할 때 대부분 어느 산에 갈지부터 고른다. 그런데 초보자가 산에서 겪는 문제는 대개 오르는 길이 아니라 내려오는 시간에서 생긴다. 산은 올라간 시간의 절반 정도가 더 필요하고, 해가 지면 길이 순식간에 위험해진다.

내려오는 시간부터 거꾸로 계산한다

일몰 시각을 확인하고 거기서 한 시간을 뺀 시각을 하산 완료 목표로 잡는다. 구월 중순이면 여섯 시 반쯤 해가 지니 다섯 시 반에는 내려와 있어야 한다. 왕복 네 시간짜리 코스라면 늦어도 한 시에는 올라가기 시작해야 하고, 사진 찍고 쉬는 시간까지 넣으면 열두 시가 안전하다. 이 계산을 하지 않으면 정상에서 여유를 부리다 어두운 하산길을 만난다.

정상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첫 산행은 정상에 못 가도 된다. 정한 시각이 되면 그 자리에서 돌아서는 것이 원칙이다.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라는 생각이 사고로 이어진다. 중간 전망대나 약수터까지만 다녀와도 충분한 산행이다.

코스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

산 이름으로 검색하면 등산로 안내가 나오지만 실제 소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안내판의 시간은 보통 쉬지 않고 걷는 기준이라 초보자는 여기에 삼십 퍼센트를 더해 잡는다. 국립공원이나 시립공원 누리집에 코스별 난이도와 거리가 정리돼 있으니 처음에는 초급으로 표시된 코스를 고른다.

혼자 가지 않는다

첫 산행은 사람이 많은 산과 시간대를 고른다. 주말 오전의 동네 뒷산은 사람이 계속 지나가 길을 잃을 일도, 다쳐도 도움을 못 받을 일도 없다. 혼자 간다면 어느 산 어느 코스로 몇 시에 내려올 예정인지 가족에게 말해 둔다.

날씨는 산 위 기준으로 본다

기상 예보의 기온은 도심 기준이다. 산은 고도가 백 미터 오를 때마다 기온이 약 섭씨 육 도의 십분의 일씩 떨어져서, 오백 미터 높이의 산이면 정상이 아래보다 삼 도 이상 낮다. 여기에 바람까지 더해지면 체감은 더 크게 벌어진다.

비 예보가 있는 날은 미루는 것이 맞다. 산에서 비를 만나면 바위가 미끄러워지고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가을비는 기온을 크게 낮춰 저체온증 위험이 있다. 예보에 강수 확률이 사십 퍼센트를 넘으면 다음 주로 미루는 편이 낫다.

산행 기록을 남기는 것도 권한다. 어느 코스를 몇 시에 출발해 몇 시에 내려왔는지, 힘들었던 구간은 어디였는지 한 줄씩 적어 두면 다음 산을 고를 때 기준이 된다. 두세 번 쌓이면 자기 페이스를 알게 되고, 안내판의 시간에 얼마를 더해야 자기 시간이 되는지도 파악된다. 이 감각이 생기면 산행 계획이 훨씬 정확해진다.

산은 도망가지 않는다. 시간을 넉넉히 잡고 짧게 다녀오는 것이 첫 산행의 정답이다. 다음 글에서 장비를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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